Q. 최초 디자인 컨셉은 어떤 의도였나?
 
A. 디자인 컨셉, 모티프는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환경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공간의 목적이 전시인데, 당연히 전시의 내용과 의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컨테이너를 사용하기로 결정되었고, 상자(Box)를 사용하듯이 컨테이너로 다양하게 공간을 구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커다란 의미에서 WildLife 사진전의 전시내용과 상징적 의미를 공유하고자 했다.
 
Q.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환경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디자인이란,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것인가?

A. 사회가 존재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생산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자연환경이 파괴되지 않나? 그 필연적인 자연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한 번 짓고 부숴버리는 전시관이 아닌 재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일회용품이 아닌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그런 물건처럼 말이다. 지금은 지금의 용도로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고 현재의 목적과 기한이 끝나면 필요한 곳으로 옮겨서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생산 디자인(Reproduction Design)”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운송용 컨테이너를 활용했다는 것은 지구 환경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에코 디자인(Eco Design)”이기도 하다

 
Q. 컨테이너를 건축에 활용하면서 얻은 장점은 무엇인가?
 
A. 컨테이너는 구조체의 모듈로 사용하기 좋아서 그런 점을 활용하면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듈로 사용했다는 건, 컨테이너는 정확한 크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도면상에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현하기가 용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장점으로는 공사 기간에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환경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던 노력 중의 하나다. 아무래도 건축이나 인테리어 작업 현장에서는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데, 정확한 치수와 공간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산업 폐기물을 최소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런 폐기물을 현장에서 수거하고 또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지 않나, 그래서 미리 치밀하게 컨테이너를 가공해서 현장에서는 폐기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드라이(Dry) 공법을 사용했다. 또 무엇보다 다른 곳으로의 이동과 재설치가 용이하다. 그래서 앞서 얘기했던 재생산 디자인과 에코 디자인에 적합하다. 그런 것이 일단 장점이었다.

Q. 기존에 컨테이너를 사용한 곳들과 컨테이너가 조금 다른 것 같다.

A.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컨테이너가 아니라 해외 운송용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라 조금 더 크다. 운송용 컨테이너는 철근이나 목조 같은 건물의 구조재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특히 일반적인 컨테이너보다 크기 때문에 천장의 높이나 그런 실내를 고려했을 때, 건축용으로 사용하기에 유리한 부분들이 있다.
 
Q. 컨테이너를 사용하면서 느낀 컨테이너의 단점, 개선점은 무엇인가?

A. 크게 신경 썼던 것 중에 하나는 컨테이너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었다.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컨테이너를 대중에게 다른 느낌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투박하고 거친 컨테이너의 느낌이 트렌디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전환된 사례는 왕왕 있지만, 대중에게 친환경적인 건축 소재로는 인식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친환경적인 “에코 디자인(Eco Design)”으로서의 컨테이너를 부각하려고 한다. 또 다른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에너지 쉽게 말하자면 단열과 냉방이다. 건축물의 기본 조건, 디자인 의도에 맞는 친환경 목적으로 컨테이너를 사용했는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면 진정 친환경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고 아직도 연구중이라고 할 수 있다.

 
Q. 컨테이너를 사용한 디자인이 일반적인 작업에 비해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어렵다기보다는 구조적으로 평면 그러니까 공간의 모양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점이 신선했다. 일반적인 컨테이너보다 크고 무거운 컨테이너를 사용했기 때문에 컨테이너 자체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구조를 기획해야 했다. 그래서 내부 기둥의 배치와 내부의 구조 안에서 디자인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 꼼꼼히 치수를 계산하고 더 꼼꼼히 동선과 시선 처리 등을 계획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최대한 내부 기둥이 전시 공간에 노출되지 않도록 전시 벽체로 이용했고, 다시 그 벽체를 이용해 이용자의 동선을 계획했다. 또 일반적인 전시 공간과 다르게 컨테이너의 특징적인 부분으로는 천장이 낮다는 점이 있다. 그래서 먼저 실내에서는 최대한 천장의 디자인은 간소화하고 벽면에 시각적인 효과를 주었다. 천장이 낮아서 생길 수 있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관람객의 시선이 최대한 벽면, 작품에 머물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의 색상과 구조 등 시각적 요소를 계획했다. 이런 것들이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Q. 벽과 천장에 그런 비밀이 있는지 몰랐다. 또 다른 숨어있는 의도와 연출은 무엇이 있나?

A. WildLife 사진전을 통해 이용자가 자연, 동물, 공존, 평화라는 의미를 느끼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런 의미를 공간에 담아내고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먼저, 입구가 있는 1층 로비는 실내이지만 실내가 아닌 외부의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래서 내부 벽체의 컨테이너 모양을 특별히 가공하지 않고 컨테이너의 외형을 그대로 살렸다. 전시회 관람객들이 입구에 들어서며 기대했던 흔한 실내가 아닌, 실내이지만 실내가 아닌 것 같은 연출을 통해 컨테이너 사이에 둘러싸인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다. 아프리카 초원을 향해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Q. 완성된 프로젝트에 아쉬운 점은 없나?
A.
일반적이지 않은, 컨테이너를 사용한 건축과 그 안에서의 인테리어 그리고 컨테이너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드라이 공법의 사용, 새로운 시도, 새로운 경험이 많았다. 당연히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다. 컨테이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 구조를 채우는 모듈로서의 컨테이너와 건축 소개로서의 컨테이너까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연구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아쉽기도 하다. 낮은 천장,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 등등 아직도 연구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관련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Q. WildLife 사진전과 공간에 담긴 의미와 철학이 잘 어울린다. 평소 공간과 의미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A. 공간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색깔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을 위한 공간은 공간을 사용하는 개인의 성향과 느낌을 찾아내야 하고, 공공을 위한 공간은 디자이너의 작품이 아닌 공간을 사용하는 많은 이들을 위한 모두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려한 연출과 디자이너의 개성이 사용자의 생활과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공간을 실제로 누리고 사용하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WildLife 사진전은 공공 즉 관람객들이 불편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전시와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Q. 평소 디자인에 관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어떤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먼저, 디자인은 한 사람의 힘이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의 지식을 동원하고 힘을 모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후배 디자이너와 사회에 전달하고자 한다. 디자이너란 사람의 생활과 인생에 관여하는 중요한 직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큼 모든 일에,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책임감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안전에 관한 부분, 환경에 관한 부분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말이다. 개인과 공공의 삶의 질, 쾌적한 환경을 위한 디자인,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디자인 등 디자이너로서 가져야 할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 세대, 다음 세대의 사람과 다음 세대의 공간, 다음 세대의 디자이너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그런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고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을 간직하고 활동하고 작업할 것이다. 또 지금 진행 중인 컨테이너 구조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에코 디자인(Eco Design)”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고 실현하는 것이 계획이다.


 
인터뷰 기사 노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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